
Bumjoon Kim/ 김범준

Nature Materials (2025)

2026.01.27
양자 얽힘 금속 내 맞물린 질서
Intertwined orders in a quantum-entangled metal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팀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조길영 교수, 서울대학교 김범현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강상관계 물질 내 파동함수의 양자 얽힘 상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양자 얽힘은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학 등 차세대 양자 기술의 뿌리가 되는 핵심적인 물리 현상으로, 두 개 이상의 입자들이 개별적인 파동함수가 아닌 통합된 하나의 파동함수로만 완전하게 설명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상관관계는 미시 세계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전자가 모인 고체 물질의 거시적 특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상전이 현상, 복잡한 구조의 자성체, 그리고 초전도체에 이르기까지, 양자 얽힘은 물질의 다양한 물리적 성질을 설명하는 근본 원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존의 물성 측정 방법들은 다수의 전자들이 만들어내는 거시적 평균값이나 간접적인 응답신호를 읽어내는 데 의존했기 때문에, 전자들이 정확히 어떤 모양으로 얽혀 있는지를 명확히 분별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따랐다.
연구진은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RIXS) 실험을 통해 이리듐 산화물 (Nd2Ir2O7) 내 전자들의 양자 얽힘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간섭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분석하여 얽힘의 형태를 수학적으로 규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실험법으로 직접 관측하기 매우 까다로운 ‘스핀 사극자’ 질서를 전자 파동함수의 얽힘 구조 분석을 이용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실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
연구진은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X-선 회절(탄성 산란)에서 X-선 간섭으로 고체 내 원자의 위치를 분석하는 점에 착안하여, 에너지를 잃고 산란되는 비탄성 산란 신호에도 전자 파동 함수의 공간적 위상 정보가 보존되어 간섭 현상이 발생함을 예측하였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원자 격자 구조와는 다른 위상을 갖는 신호를 분리해냄으로써 전자들의 중첩 상태인 양자 얽힘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관측해냈다. 이는 최첨단 X-선 분광 실험과 고난도 다체 이론 분석이 결합 되어 이루어낸 성과다.
연구진은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자체 개발하여 구축한 공명 비탄성 X-선 분광기를 활용하여 결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였으며, 데이터의 신뢰성 검증을 위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Advanced Photon Source) 및 유럽 방사광 가속기(European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와 긴밀한 국제 공동 연구를 수행하였다. 또한, 카이스트 조길영 교수 연구팀 및 서울대학교 김범현 박사와의 이론 협업를 통해, 관측된 산란 패턴으로부터 미시적인 얽힘 상태를 기술하는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확립했다. 그 결과, 연구진이 포착한 양자 얽힘 패턴이 기존의 통상적인 자기 쌍극자 구조와 다른, 이웃한 전자의 스핀들이 상호작용하여 형성된 '스핀 사극자' 구조임을 실험적으로 입증해 냈다.
본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물질 상을 발견한 것을 너머, 양자 얽힘 파동함수를 정밀 측정함으로써 고체 내 숨겨진 양자 질서를 찾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이다. 교신 저자인 김범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론적으만 논의되던 고체 속 양자 얽힘의 실체적 구조를 실험적으로 규명해 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이는 강상관계 물질의 근본적인 양자 성질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동안 기존 측정법으로는 탐지할 수 없었던 숨겨져 있던 양자 질서를 발굴해 내는 새로운 분광학적 방법론을 확립한 것”이라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계 권위 학술지 네이처 머티어리얼스 (Nature Materials, IF 38.5)에 1월 27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이리듐 산화물에서 포착된 양자 얽힘의 간섭 신호와 스핀 사극자 질서.
왼쪽부터 공명 비탄성 X-선 산란(RIXS) 간섭 실험의 원리, 실제 관측된 신호와 이론적 계산의 일치 결과, 그리고 이를 통해 규명된 스핀 사극자 질서의 모식도이다. 연구진은 정사면체 격자 구조내에서 비탄성 산란된 X-선이 운동량 공간에서 형상하는 독특한 주기적 간섭 패턴(가운데)을 정밀 분석함으로써, 물질 내부의 전자들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스핀 사극자’ 형태의 질서를 이루고 있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했다.
Nature Materials (2025)
Junyoung Kwon, Jaehwon Kim, Gwansuk Oh, Seyoung Jin, Kwangrae Kim, Hoon Kim, Seunghyeok Ha, Hyun-Woo J. Kim, GiBaik Sim, Björn Wehinger, Gaston Garbarino, Nour Maraytta, Michael Merz, Matthieu Le Tacon, Christoph J. Sahle, Alessandro Longo, Jungho Kim, Ara Go, Gil Young Cho, Beom Hyun Kim & B. J.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