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교수 연구실] 엑시톤 불안정성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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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Ta2NiSe5 라만 스펙트럼에서 얻은 정적 전자 감수율. a,b, 상전이 온도 (TC=325 K) 근처에서 낮은 에너지 영역의 신호가 증가함을 볼 수 있으며 c,d,e, 정적 전도율이 큐리-바이스 법칙을 잘 따름을 볼 수 있다.
[김범준 교수 연구실] 엑시톤 불안정성 관측
고체 내 다체 상호작용은 기존의 밴드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고온 초전도 등의 독특한 현상을 만들어내며, 이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응집물질물리 분야의 숙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현상 중 하나로써 엑시톤 절연체는 전자-양공 쌍의 강한 상호작용에 기인하고, 초유동성 등의 물성 덕에 물리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론 상으론 이미 반 세기 전에 예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3차원 물질에서의 실험적 증거는 현재까지도 불분명한 상태이다. 그동안 TiSe2, Tm(Se,Te) 등의 물질들이 후보로 제시되며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상전이와 함께 나타나는 전하 밀도 파(CDW) 때문에 엑시톤 절연체와 파이얼스 절연체 사이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다른 후보 물질인 Ta2NiSe5의 경우 CDW는 없으나 전기적 상전이와 구조적 상전이가 동시에 일어나기에, 엑시톤 절연체가 아닌 일반적인 밴드 절연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실험적 증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김광래 학생, 김훈 학생 연구팀은 편광 분해 라만 분광법을 활용하여 Ta2NiSe5의 상전이가 구조적 요인이 아닌 전자적 요인에서 비롯됨을 밝히고, 해당 물질에서 엑시톤 절연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관측하였다.
라만 분광은 레이저를 이용해 고체 내에서의 여러 준입자를 관측하며, 빛의 편광을 바꾸어가며 대칭성 분석이 용이하기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실험기법이다.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직접 라만 분광기를 구축함으로써, 타 연구팀 대비 2배 이상의 분해능과 1 meV 이하 에너지 영역까지 관측 가능한 장비를 갖추었으며, 이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저에너지의 새로운 전자 라만 산란 신호를 관측하였다. 또한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해당 신호가 전자-양공 쌍과 같은 대칭성을 지닌다는 사실과, 전기적 라만 감수율이 상전이 온도 위에서 온도의 역수에 비례하는 퀴리-바이스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Ta2NiSe5의 상전이가 전자적 불안정성에 기인함을 직접적으로 밝혀내었으며, 구조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포논이 상전이 온도 근처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토대로, 상전이 현상의 원동력에서 구조적 요인을 배제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향후 소자 공정에 응용 가능한 엑시톤 절연체의 연구에 박차를 가할 뿐만 아니라, Ta2NiSe5와 같이 여러 성질의 불안정성이 함께 공존하는 경우 편광 분해 라만 분광법을 통해 주된 요인과 부가적인 것을 구분해낼 수 있음을 확인하며 라만 분광의 활용 분야를 한 폭 더 넓혔다.
이 연구는 POSTECH/IBS 김종환 교수팀, 김준성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되었고, 저명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30일자로 온라인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