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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이언스 에세이 - 공명(共鳴)의 힘, 김승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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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6 /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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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7월 25일] 공명(共鳴)의 힘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얼마 전 테크노마트 건물 전체의 큰 흔들림이 건물 내 피트니스센터에서의 집단 뜀뛰기에로 인한 작은 진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밝혀졌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이 공진의 원리와 영향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새롭게 쏠리고 있다.

자연은 진동의 세계이다. 원자, 분자, 공기, 물, 빛, 별 등등. 미시 세계에서 거시 세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물체와 매질은 진동으로 충만하며, 적어도 하나 이상의 고유진동주기를 보여준다. 공명(껴울림)은 물체가 가진 고유한 진동수에 가까운 외부 힘을 주기적으로 가할 때 에너지의 전달로 진폭이 급격히 커지는 현상이다. 공진은 공명의 일종이며 특히 기계적, 전기적 시스템에서의 공명을 주로 일컫는다.

소리굽쇠의 실험은 흥미로운 생활과학 탐구주제 중 하나이다. 두 개의 고유진동주기가 같은 소리굽쇠를 옆에 놓고 한쪽을 때리면 다른 쪽도 울리기 시작한다. 이는 공기의 진동을 매개로 한 소리굽쇠의 공명 현상으로 악기의 소리통, 글라스 하프 등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공명 현상은 소리 뿐 아니라, 각종 기계, 전자기회로, 분자 스펙트럼 등 다양한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빛과 전파도 전자기 진동이다.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거나 특정 주파수대의 무선통신을 하는 것은 각 해당 전파와 기기의 전자기 회로간의 공명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인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핵자기 공명 장치 MRI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원자핵과 전자기 진동간의 공명을 활용하고 첨단 장비이다.

공명을 이용하면 약한 힘에도 큰 진동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네를 잘 타려면 서 있는 그네의 고유 진동주기에 때를 잘 맞추어 힘을 주기적으로 가하면 된다. 여기서 힘의 크기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힘의 주기이다. 아무리 힘이 약하더라도 그네의 고유 진동주기에 잘 맞추면 공명에 의해 진폭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이 공명의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타코마 다리 사건이다. 1940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에 당시 최고의 기술로 지어진 현수교가 처음 개통되었지만, 4개월 만에 어이없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다리는 당시 최악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지만, 정밀한 조사 결과 현수교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의 진동이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여 공기역학적 공명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 발생한 테크노마트 건물의 상하 흔들림도 이러한 공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

공명의 문제는 과학적 난제와 직결되어 있는 도전적 과제이다. 한 예로 스웨덴 국왕의 상금이 걸렸던 삼체문제는 태양계의 안정성의 수수께끼와 연계된 오랜 난제이다. 중력장 하에 있는 세 개의 물체, 예를 들어 태양, 지구, 달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가. 20세기초 저명한 과학자 헨리 푸인카레는 이미 한 세기 전에 삼체 문제는 엄청나게 복잡하며, 그 이면에 내부 고유진동간의 공명 현상이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특히 비선형계의 경우 내부 진동주기들이 서로 공명 상태에 있게 되면 궤도의 불안정성이 쉽게 증폭되어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 운동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비선형 공명의 문제는 물리학의 10대 미제중 하나인 복잡성의 발현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과제중 하나로 남아있다.

공명의 힘은 고유 리듬과 외부 리듬간의 미묘한 상호 관계에 대해 우리들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자연과 세상의 다양한 공명 현상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는 못하다. 혼자가 아닌 함께 껴울려야 하는 복잡한 세계, 공진의 예측과 궁극적 제어를 위해 복잡계 과학의 역동적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출처:한국일보 2011년 7월 25일, 사이언스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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