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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명강사로 불리는 과학자]<2>포스텍 물리학과 염한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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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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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강의는 좋은 콘텐츠를 청중에 맞게 버무린 것”

[명강사로 불리는 과학자]<2>포스텍 물리학과 염한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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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적도 있어요. 강연자가 청중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청중에 맞춰 이야기해야죠.”

포스텍 물리학과 염한웅(46․사진) 교수는 서울역에서 진행했던 강연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염 교수는 2008년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금요일의 과학터치’ 과학 강연에서 ‘원자! 일렬종대로 서다’란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올해 2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금속선 이야기’는 벌써 그의 다섯 번째 강연이 됐다.

염 교수는 반도체 기판 위에 금속 도선을 얇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0.1~0.3㎚(나노미터) 정도 크기 금속 원자를 나란히 배열해 최대한 가늘게 금속선을 만든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가는 선은 원자 1개가 일렬로 늘어서는 것이다. 염 교수는 원자 일렬로 늘어서면 원자 주변의 전자가 일차원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저온에서 절연체로 변하는 현상과 불순물원자를 도입해 금속원자선의 전자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 성과보다는 연구 이유 강조

“대중들은 과학자가 왜 연구하는지 모릅니다. 오히려 그런 연구를 대체 왜 하느냐고 되묻지요. 강연에서 최신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일단 청중에게 내가 이 연구를 왜 하는지 납득시켜야 합니다.”

사실 대중들은 연구 성과를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뭣하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자를 배열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얇은 금속선이 작은 전자 소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대중은 그것만으로 납득하지 않는다. 그래서 염 교수는 자신이 하는 연구를 ‘길’에 비유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을 갈 때 큰 도로를 지나가기도 하고 작은 오솔길을 걷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사람은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길을 만듭니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를 외줄타기로 건너는 것처럼 말이지요.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은 왜 하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과학적 호기심과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지요.”

● 청중의 수준에 맞춰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해

그렇지만 과학자가 왜 연구를 하는지 설명만 한다고 대중이 완전히 납득하는 것은 아니다. 염 교수는 아무리 강연이라고 할지라도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으로 듣기만하는 강연은 청중이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청중이 원하는 것과 궁금해 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강연을 진행해야 합니다.”

‘금요일에 과학터치’ 강연을 시작한 이래 염 교수는 다양한 청중을 상대로 강연을 해왔다. 초, 중, 고등학생은 물론 기차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염 교수는 청중의 수준에 따라 소통의 방식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들은 매우 솔직합니다. 강연 중에 질문을 던지면 엉뚱해도 꼭 답변이 나옵니다. 엉뚱한 대답은 강연 중에 웃음을 줘 강연을 즐겁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중학생 이상이 되면 대답을 잘하지 않습니다. 그럴 땐 강연 전에 미리 설문지를 나눠주고 조사를 합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장래희망은 무엇인가?’처럼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한 간단한 질문이지요.”

설문지 내용을 강연에 포함하는 것은 기본이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듣던 사람들도 설문지에 나온 실제 이야기를 들이면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염 교수는 청중과 소통하며 수준에 맞춰 강연의 내용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콘텐츠를 청중에 맞춰 변화 줘야

“처음에는 기차역이나 시장처럼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과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강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청중들은 아직 그런 강연을 들을 준비가 덜 되어 있었지요.”

염 교수는 강연의 수준과 청중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요일의 과학터치’ 강연을 듣는 청중은 절반가량이 초등학생이다. ‘금요일의 과학터치’는 과학자들의 최신 연구 내용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한 강연이지만 그 최신 연구 내용을 이해하기엔 청중이 지나치게 어리다. 결국 본격적인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 보다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에 머물기 마련이다.

“강연자들은 이미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들이고 자신만의 강연을 만들 콘텐츠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이 콘텐츠를 똑같이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요. 초등학생에겐 초등학생에 맞는, 성인에겐 성인에 맞는 강연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TED 같은 것이 좋은 사례가 되겠지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강연회를 개최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명사들의 강연을 86개의 언어로 번역해 동영상 서비스로 제공한다. 염 교수는 한 번의 강연이라도 좋은 콘텐츠를 준비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좋은 강연은 준비 단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합니다. 청중이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고, 어떤 내용을 강연할지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요. 그 모든 것을 강연자 혼자 준비하기엔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과학 강연 전문 큐레이터 같은 과학 대중화 전문가를 찾아 함께 강연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동아사이언스, 2012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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