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사이언스] 미래 건 양자컴퓨터 5파전..."양자 통제 기술과 소재가 관건" (물리 김윤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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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건 양자컴퓨터 5파전..."양자 통제 기술과 소재가 관건"
2018년 05월 11일 03:00‘꿈의 미래 컴퓨터’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한국 연구자들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23~24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에서 열린 제1회 양자정보학술대회를 계기로 물리학, 광학, 재료과학, 전자공학 등 국내외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연구 현황을 교환하는 등 협력 연구에 들어갔다. 프로그램위원장인 김윤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양자 강국들이 약진하는데 국내 연구 역량이 흩어져 있다는 판단에 학술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원자나 이온, 전자 또는 빛 알갱이(광자) 등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입자를 이용해 계산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전류 흐름(on)과 멈춤(off)처럼 서로 구분되는 두 물리값(상태)을 이용해 각각 1 또는 0의 정보를 따로 처리한다. 이에 반해 양자컴퓨터는 두 상태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즉 관측 전까지는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한) 양자 고유의 특성인 ‘중첩’을 이용해 정보를 동시에 다량으로 처리한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을 각각 다른 정보단위(비트)에 나눠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 반면 양자컴퓨터에에서는 하나의 양자가 0을 표현하기도 하고 1을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에, 두 수를 하나의 양자(1큐비트)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와 비트 수가 적을 때엔 속도 차이가 적지만, 수가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계산 효율이 높다. 조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5자리 2진수를 표현할 때 기존 컴퓨터는 160개의 정보단위(비트)가 필요하지만, 양자컴퓨터는 5개 정보단위(큐비트)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피아노에 비유하자면, 기존 컴퓨터는 160개의 건반을 일일이 쳐야 하는 피아노인데, 양자컴퓨터는 똑같은 음악을 5개의 건반만 쳐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인 셈이다. 50자리로 수를 늘리면 차이는 더 극적으로 벌어진다. 기존 컴퓨터는 5경6295조 개에 달하는 건반(비트)을 일일이 쳐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오직 50개의 건반(큐비트)만 치면 된다.
현재 세계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은 이런 계산을 가능하게 할 큐비트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 양자정보팀장은 “상태가 2개인 양자를 만들고, 여기에 중첩과 얽힘(둘 이상의 양자가 마치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서로 상태가 연결돼 있는 현상)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으면 큐비트의 후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후보는 많지만, 소재와 아이디어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 현재 유력한 큐비트 후보는 다섯 가지다. 스포츠 리그에 비유하자면, 이들은 ‘2강 3중’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먼저 수소 등의 원자에서 전자를 빼서 전기적으로 양(+)의 성질을 지닌 이온을 만든 뒤, 전기장이나 자기장으로 하나씩 조종해 큐비트로 활용하는 ‘이온트랩(덫)’ 방식이 있다. 이온이 가진 에너지 크기를 두 단계로 변화시켜 정보를 처리한다. 이온트랩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인 김기환 중국 칭화대 정보과학융합연구소 교수는 “양자 상태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작동 및 검출도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SKT 퀀텀랩이 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2강’ 중 다른 하나는 초전도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 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체를 두고 사이에 다른 물질을 끼우면 전자가 특이하게 두 개씩 뭉쳐 움직이는데, 이 전자쌍의 전하나 흐름 방향 등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한국에서는 정연욱 표준연 박사팀이 연구한다. IBM, 인텔, 구글 등 매년 초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기업들은 모두 이 방식을 연구 중이다. 정 박사는 “작년 말에는 IBM이 50개 큐비트를, 올해 3월에는 구글이 72개 큐비트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며 “아직 논문 등으로 증명은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연구 중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른 방식도 약진했다. 빛 알갱이(광자)를 이용하는 방식. 광자가 지닌 고유한 회전 성질인 편광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단히 규칙적인 탄소 구조(결정)를 이루고 있는 다이아몬드 내부에 간혹 포함된 불순물을 찾은 뒤, 그 안에 고립된 전자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도 있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광자-원자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를 연구 중이다.
마지막 후보는 전자공학계의 ‘슈퍼스타’인 반도체다. 반도체를 잘 설계하면, 마치 감옥처럼 전자가 갇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 ‘감옥’을 양자점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갇힌 전자의 양자역학적 성질(스핀) 등을 조절해 정보를 처리한다. 한국에서는 김도헌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초전도체 등 앞서가는 방식에 비해 수년 뒤처졌지만, 최근 불순물 조절 등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반도체 소재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도 최근 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컴퓨터를 위한 원천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초연결사회를 위한 스마트소재로 초병렬 연산지능을 위한 소재 기술을 30대 미래소재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인간의 시냅스를 모방한 시냅스모방형 전자소재, 뉴로모픽 컴퓨팅 등이 해당된다. 양자컴퓨터의 진정한 춘추전국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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